▲ 경기도 일죽 다비육종 본사에서 함께 한 윤희진 회장과 윤성규 전무. 세대는 달라도 기술집약산업으로 도약을 통해 양돈산업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양돈의 대표적인 기업 (주)다비육종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2세 경영이 본격화 되고 있는 다비육종의 윤희진 회장, 윤성규 전무와 대담을 통해 1,2세대의 시각에서 한국양돈과 다비육종의 40년을 짚어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로는 무엇인지 모색해 보았다.
<사회 : 이일호 취재1팀장, 사진 : 서동휘 기자>
창립 40주년을 축하드린다. 지난 40년을 돌아봐 주신다면
▲윤희진 회장=경기도 이천에서 가건물을 짓고, 모돈 120두로 다비육종을 창업했다. 사실 직장 다니던 사람이 돈이 얼마나 있었겠나.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행복한 회사로 만들고 싶었고,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사훈도 ‘직원, 이웃과 함께 발전하는 기업’ 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고, 농장도 잘되는 거 아닌가. 주변 농가들로부터 눈총을 받으며 주 5일제 근무를 정착시키고 독립도 권유, 벌써 50여명이 농장주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GWP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을 때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사업적으로는 한국 양돈을 선도해 보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종돈을 선택했다. 하지만 종돈사업이라는 게 수익은 떨어지는 반면 리스크가 많은 한계에 직면하기도 했다.
▲윤성규 전무-8개 직영 종돈장(모돈 규모 총 5천두)과 함께 13개 협력GP(총 9천500두)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각각 2개의 직영AI센터와 협력AI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종돈 6만두, 액상유전자 40만두분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에도 진출, 총 모돈 4천두 규모로 3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심, 열심, 합심’ 의 ‘3심 정신’이 다비육종의 기본 철학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주주의 이익에 기준을 두고, 본인의 양심에 맞게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회사업무에 참여하기 전 부터 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부분이다. 지난 7월 종돈 누적 분양두수가 1백만두를 돌파한 것은 그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국내 양돈산업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ESG 주도’ 평가 가장 큰 보람
‘축산진흥’ 빠진 규제정책 위기
조합 주도 ‘파이프스톤’ 관심을
▲윤 회장=도드람양돈농협과 돼지콜레라비상대책본부(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돈육수출협회(현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설립을 주도했고, 북한에 돼지를 보내는 등 생각해 보면 회사 외적인 부분, 즉 산업 전체적인 성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10년 전 통일장학회를 설립,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동참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색은 안했지만 ‘ESG를 선도했다’ 는 평가를 접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우리 회사가 한국양돈사관학교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솔직히 기업 입장에선 듣기 좋은 평가는 아니다. 결국 남 좋은 일 시켰다는 거 아닌가(웃음).
▲윤전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공수정센터 설립, 협력GP 체계 구축, 투약조기이유(MEW), 분리사육방식(SEW), 농장단위 HACCP 인증, PSY30두 달성 등 늘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술적 진화를 뒷받침 하며 한국 양돈산업의 근대화, 현대화를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출하된 1천800만두의 비육돈 가운데 400만두가 다비육종의 유전자에 의해 생산됐다. 국내 양돈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아닐수 없다.
해외에서 종돈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국내 종돈회사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게다가 YBD 품종으로 만드는 ‘얼룩도야지’ 도 생산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국내 대표적인 특수 품종으로 자리잡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사회> 다비육종도 위기는 있었을 것이다
▲윤 회장=아무래도 전국적으로 구제역 사태가 발생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2002년에는 GGP까지 구제역에 감염, 종돈업 유지의 기로에 서기도 했었고, 2011년에는 여러 GP들이 감염되어 살처분을 많이 하는 등 직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윤 전무=최근 PRRS 감염농장이 늘면서 종돈 공급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내 양돈장의 90% 이상이 PRRS 양성인데다 전파력도 워낙 강해 방어에 어려움이 크다. .
<사회> 다비육종 창립 당시와 지금의 양돈산업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윤 회장=창립 당시만 해도 정부 대책은 ‘축산 진흥’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 밖에 남지 않았다. 양돈의 경우 환경이슈와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살처분 및 사회적 비용투입 등으로 인한 대국민 이미지 추락, 자자체의 거부감 등으로 인해 신축은 물론 증개축도 힘들다. 양돈산업 자체가 ‘질식’ 수준에 놓여있다.
용인 자연농원 근무 당시 우수한 인재도 많이 들어왔고 평가도 좋았다. 고려대 축산과를 나와 삼성 계열사 사장까지 맡았던 사례도 있었다.
▲윤 전무= 한국 양돈산업은 노동집약적 단계를 넘어 자본집약적 단계에 도달해 있지만 아직까지 기술집약적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농장을 매입해 재건축을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자본 뿐 만 아니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양돈 도입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에서도 많이 협력하고 있다.
회장님 말씀대로 양돈농가 숫자(실 소유주 기준)는 다비육종 창립 당시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나마도 기술력과 함께 가축복지, 환경이라는 키워드에 적극 부응할 수 있는 능력 여부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돼지가 아닌 사람이 편한 환경을 요구하는 가축복지는 절대로 금물이다. 다비육종에서는 4년전 부터 직영농장 번식사에 모두 에어컨을 달았고, 성적도 좋아졌다. 진정한 가축복지 아닌가. 환경문제만 해도 그렇다. 양돈산업계의 자구노력이 분명 필요하지만 기존 농장 인근에 귀촌을 해놓고 나가라고 하면 되는지 정말 답답하다.
<사회> 원활한 세대교체도 양돈현장의 현안이다.
▲윤 회장=요즘 양돈장 승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2세에게 농장 경영에 앞서 조직관리를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윤성규 전무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14년을 근무했다. 현장에서 바닥을 배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비육종은 입사 후 누구나 3년간은 현장근무가 원칙이다.
다만 1세대들도 간과해선 안될 게 있다. 저를 비롯한 1세대에겐 ‘일’이 중심이었다면 지금 세대는 ‘가정’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세상이 변했다.
▲윤 전무=삼성전자 수석연구원(부장급)을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을 마감했다. 2세 경영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그나마 나이가 많을 때 들어왔다. 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장치산업인 양돈산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고려했다.
양돈현장에서 2세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불만이 1세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2세대에게는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막상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실패는 치명적일 수 도 있다. 충분한 시간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승계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인력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윤 회장=근무 환경부터 개선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젊은 직원들은 여유를 원한다. 월 2회 휴무인 양돈현장에서 그나마 있는 직원을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확실한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다비육종의 경우 지난해 직영 8개 농장 가운데 우수 농장 1개소를 선정해 1억원을 포상했다. 8년 이상 ‘주니어보드’, 즉 청년중역회의제 등을 운영해 오고 있는 데 젊은 직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회사에 의견을 제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맛·강건성 강화 ‘K-종돈’ 개발중
현실적 가축복지·환경대책 절실
AI·바이오기술로 산업 다각화도
▲윤 전무=외국인근로자 운용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격적인 존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비육종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및 E7 비자 취득 등을 적극 지원, 이미 3명이 E7 비자를 획득하기도 했다.
축산과 수의 계열의 경우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인력의 중용과 함께 미국처럼 산업동물 관련 대학 입학시 인센티브 제공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회 : 국내 양돈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안이 있으시다면
▲윤 회장=동남아 국가에서는 ‘메가인티’ 들이 속속 등장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굳이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과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국내 역시 전국의 양돈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규모화,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통해 이를 통해 수의사 등 전문가 집단 중심의 파이프스톤 시스템을 구축, 획기적으로 기술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개인은 못해도, 여러명이 모이면 가능하지 않겠나.
협동조합이라면 자금과 규모 모든 면에서 파이프스톤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본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정부 지원하에 시도됐던 ‘파이프스톤’ 사업이 국내에서 실패한 거다.
방역체계의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주한수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너무 태평이라고 한다. 하물며 동남아국가들도 자문한 내용이 바로 적용돼 변화해 가는데 우리는 다르다며 걱정을 한다.
국내에 기업양돈이 이뤄지기 시작했던 초기만 해도 위탁사육농장의 폐사율이 불과 0.5%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각종 질병에 대해 청정화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만 해도 8년전 PRRS 청정화를 시도, 결국 성공했다. 정부 차원의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윤 전무=신규진입이 어려운데다 2019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국내 생산가능 인구 및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양돈산업의 양적인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환경, 가축복지에 대한 규제 심화는 비단 국내 양돈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돈 강국인 유럽 역시 환경규제로 인한 사육두수 및 농가 감소로 돼지 가격이 작년보다 2배 이상이 상승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네덜란드 농가들이 정당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겠나.
기술과 환경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사회 : 다비육종의 미래도 궁금하다
▲윤 회장=다비의 시장 점유율이 24%다. 그만큼 시장을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수입까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대체해 나간다면 충분한 성장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또 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번식성적과 함께 이제는 맛과 강건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모계는 등지방, 부계는 맛에 초점을 맞춘 개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종돈에 의존해선 한계가 분명하다. 독자적인 개량에 힘을 쏟고 있다.
▲윤 전무=종돈 수요는 충분하다. 지금도 종돈 수요를 모두 맞춰드리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협력/직영GP 농장 확대, 생산성 및 품질 향상 등을 통해 공급기반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대부분의 종돈장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수입된 원종돈을 증식, 종돈을 공급하고 있는데 사실 국내 소비문화에 맞는 개량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우리 회사 역시 프랑스에서 들여온 원종돈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 10년 간 우리 소비문화에 맞게 개량해 왔고, 앞으로 그 속도를 더 높일 예정이다.
특히 ‘K-종돈’ 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5년전부터 자체적인 육질개량 프로그램을 도입, 2년전 부터는 마블링 부문에서 유의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일반 소비자 대상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실시 했다. 고객농장별 등지방 맞춤형 액상유전자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YBD와는 다른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크게 발전하고 있는 ICT기술, 바이오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양돈에 활용하려는 시도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적으로 앞선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는 한편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출처: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