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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반도체 개발하다 양돈 영업...윤성규 다비육종 상무
등록일
2019-02-18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5,515

2019년 2월 4일자로 조선비즈 게재

 

올해로 창립 36주년을 맞는 다비육종(多肥育種·DARBY GENETICS)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돈(돼지사육)·종돈(돼지개량) 기업이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기업형 양돈을 한다.

다비육종은 최근 2세 경영에 본격 돌입했다. 창업자이자 46년간 양돈업에 종사해 온 윤희진 회장의 뒤를 잇기 위해 3년전 회사에 합류한 윤 회장의 장남 윤성규 상무(47)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윤 상무는 화학 전공으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윤 상무의 현재 공식직함은 디비육종 영업본부장이다.

지난달 24일 다비육종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구이전문점 신도세기에서 윤 상무를 만났다. 그는 185cm의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로 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3년 전 다비 육종에 합류할 때까지 세계 최고라는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13년간 반도체를 연구했다고 했다. 그가 삼성전자를 퇴사할 당시 직책은 수석연구원(부장급)이었다.

윤 상무는 세계 최고의 회사를 떠난 이유에 대해 "농업에 미래가 있고 특히 생육이 빠른 돼지를 키우는 종돈과 양돈의 성장성이 그 어느 가축보다 높다고 판단해 부친이 설립한 농업기업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사실 돼지고기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생산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89만4000t으로 1980년 23만9000t의 4배 수준이다.

다비육종을 아는 일반인은 많지 않지만 다비육종은 한국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돼지고기 공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국에 연간 380만마리 분량의 돼지 종자를 공급하고, 전국 9개 농장에서 돼지 6만1000마리를 키운다. 해외사업도 적극적이다. 베트남에서는 CJ와 공동으로 3개 농장에서 종돈 3만마리를 기른다. 계열사를 포함한 연간 매출이 1300억원쯤이고 영업이익률도 15%에 달한다.

윤상무는 다비육종이 한국을 대표하는 종돈·양돈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맛이 우수한 돼지 종돈과 양돈을 생산하기 때문에 양돈농가들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요크셔(Y), 랜드레이스(L), 듀록(D)의 YLD 3원 교잡종을 주로 키우는데 다비육종은 근내 지방이 잘 발달해 감칠맛이 뛰어난 요크셔(Y)와 버크셔(B), 듀록(D)의 YBD 교잡종을 주로 키운다.

다비육종이 공급한 종돈으로 생산한 돼지고기는 인기가 무척 높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유명인 추천 맛집인 신당동 `금돼지식당`, 미쉐린가이드 선정 빕 구르망 중 하나인 `광화문국밥`, 고급 식자재만 취급하기로 유명한 SSG 푸드마켓 등은 다비육종의 `얼룩도야지`나 `듀록포크`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은 돈을 벌어도 축산에 추가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고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 결과 소비도 늘고 생산도 느는데 전체 돼지고기 소비 중 33%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30~40년 전에는 시골 집집마다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키웠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경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분뇨 냄새 등을 이유로 가축사육구역 제한을 500m→1㎞→2㎞로 확대하는 추세다. 축사 증개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비육종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이미 2003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당시 세계 7위의 돼지고기 생산국(마릿수로는 세계 4위)으로 진출 당시 약 2700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다. 윤 상무는 "베트남에 CJ와 모돈 1080마리 규모의 합작농장을 지었고 비슷한 규모의 농장도 인수했다. 올해도 모돈 650마리 규모 농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비육종은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했다. 2016년 중국 종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료회사 중 하나인 애그리치글로벌에 투자해 고품질 영양사료를 공급하고 국내 양돈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윤 상무는 "한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우수한 유전자원을 보급해 한돈 산업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비육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윤 상무는 "생산성 기준으로 봤을 때 다비육종은 MSY(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 마릿수)가 24~25마리이고 최대 28마리에도 육박한다. 유럽 평균 MSY가 24마리이고, 세계 최고인 덴마크의 MSY가 30마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평균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상무는 "반도체라는 무생물을 연구하다가 지금은 생소하지만 돼지라는 생물을 연구하고 영업·유통하다보니 무척 재밌다"며 "하지만 과거 시키는 일만 하면 됐던 때와 달리 지금은 비전과 미션을 제시해야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선진국 중에 농업이 약한 나라가 단 한곳도 없다"며 "향후 단기적으로는 사료사업과 비육돈 사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무균돼지와 인공육에 대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